커머스팀 매니저 백소정
배송비 3,000원에 무너진 매출,
두 달 만에 역대 최고로 뒤집은 법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인 순간, 오히려 길이 보였어요."
월평균 3억을 유지하던 반찬 정기배송 브랜드가 배송비 3,000원 인상 이후 2.1억까지 추락했습니다. 백소정 매니저는 가격 인상을 탓하지 않고, 500명 고객 설문에서 뽑아낸 '엄마 집밥 맛'이라는 소구점과 '어린이 식단'이라는 블루오션 시장을 개척해서 단 두 달 만에 3.7억, 업체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핑계 대신 답을 찾은 역전의 기획 과정을 들어보았습니다.
위기 탈출 프로젝트, 어떤 상황에서 시작됐나요?
원래 월평균 3억 대를 꾸준히 유지하던 안정적인 클라이언트였어요. 클라이언트분도 매출이 잘 나올 때는 '알아서 해라' 하시면서 전적으로 믿고 맡겨주시는 쿨한 스타일이셨고요.
그런데 11월에 갑자기 문제가 터졌어요. 업체에서 무료였던 배송비를 3,000원으로 올려버렸거든요. 언뜻 작은 금액 같지만 반찬 배송 시장에서는 달라요. 시장 최저가가 17,000원 선이고 업계 1등 프리미엄 업체가 32,000원 선인데, 이 업체는 딱 중간인 27,000원이었거든요. 배송비 3,000원이 붙으니까 30,000원이 되면서 프리미엄 라인이랑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진 거예요. 가격은 프리미엄인데 상품 구성은 프리미엄이 아닌 어정쩡한 포지션이 되어버린 거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저희 광고 운영 방식도 문제를 키웠어요. 효율이 안 나오니까 광고비를 줄였고, 광고비를 줄이니까 유입이 줄고, 유입이 줄어드니까 매출이 또 떨어지는 악순환이었죠. 그렇게 2025년 11월 매출이 2.1억으로 확 떨어졌어요.
그 상황에서 어떻게 접근하셨어요?
솔직히 처음엔 '이건 인상된 배송비 때문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외부 요인이니까 클라이언트한테 배송비 핑계를 대려고 했죠.
그런데 팀장님이 딱 잡아주시더라고요. '어차피 배송비 인상은 불가피한 거고, 탓해봤자 소용없다. 그 안에서 매출을 회복할 궁리를 해야 한다'고요. 그 말에 멘탈을 고쳐 잡고 바로 경쟁사 조사를 미친 듯이 했어요.
네이버를 샅샅이 뒤지다가 신기한 걸 발견했어요. '저염 식단'이라는 굉장히 좁아 보이는 키워드가 상위 노출 2위를 하고 있는 거예요. '아, 이렇게 뾰족하고 니즈가 확실한 타겟이 실제로 유효하구나'를 깨달은 순간, 바로 생각났어요. '우리 업체에도 어린이 식단이 있잖아!'
원래 메인 타겟은 워킹맘이었는데, 가격 경쟁력이 무너진 상황에서 넓은 타겟만으로는 안 되겠더라고요. 일반 워킹맘은 가격에 민감하지만, '내 아이한테 먹이는 식단'이라면 가격 저항이 훨씬 낮거든요. 포화된 시장 안에서 블루오션을 찾은 거죠.
타겟을 바꾸는 것과 동시에 상세페이지도 손을 보셨다고요?
맞아요. 타겟을 바꿔도 상세페이지가 그대로면 전환율이 안 살아나니까요. 실제로 데이터를 살펴보니 배송비 인상 전부터 상세페이지 전환율이 2.5%에서 2%대로 떨어진 상태더라고요.
기존 상세페이지는 '식비가 절약된다', '편리하다', '100% 수제다' 이런 내용이었는데, 반찬 배송 업체라면 다 하는 당연한 소리잖아요. 차별화가 전혀 없었죠. 그래서 내부에서 머리를 싸매는 대신, 아예 고객한테 직접 물어보기로 했어요.
고객한테 직접 물어봤다는 게, 설문조사 얘기인가요?
네, CRM 문자로 기존 고객님들께 설문조사를 요청했고, 500명이 응답해주셨어요. 그랬더니 고객님들께서 하나같이 '여기는 진짜 집밥 맛이 난다'고 하시는 거예요.
제가 아무리 혼자 고민해봤자 절대 못 찾아낸 답이었어요. 500명이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는 소수 의견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팩트이자 강력한 무기거든요. 그 소구점을 캐치해서 상세페이지 핵심 메시지를 '우리는 진짜 엄마 집밥 맛이 난다'로 완전히 바꿨어요. 기획부터 반영까지 약 3주 만에 초고속으로 갈아엎었고, 하나의 메인 소구점을 잡으니까 여러 상품에 싹 다 적용하기도 편했어요.
광고 채널은 메타에 계속 집중했어요. 위기 상황에서 당근마켓, 카카오 광고 등 별의별 걸 다 건드려봤는데 다 성과가 별로였고, 결국 효율이 제일 좋은 건 항상 메타였거든요. 채널을 분산시키는 게 아니라 검증된 곳에 집중하는 게 맞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어요.
대신 이번 기회에 클라이언트와 '3억 매출을 유지하려면 이 정도 유입량이 확보돼야 하고, 이를 위해 매월 최소 이 정도 광고비는 무조건 태워야 한다'는 마지노선을 명확하게 합의했어요.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절대적인 유입 파이는 지킨다는 기준점을 만든 게 또 하나의 큰 전환점이 됐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됐나요? 클라이언트 반응도 궁금해요.
11월 2.1억에서 12월 2.7억으로 반등을 만들고, 26년 1월에 3.7억을 달성했어요. 원래 월평균 3억이던 곳이 위기를 계기로 역대 최고 매출을 찍은 거예요. 광고 ROAS 634%, 상세페이지 전환율은 2.5%에서 3%로 끌어올렸습니다.
클라이언트분은 목표만 달성하면 조용히 믿고 맡겨주시는 분이에요. 그런 신뢰 관계가 오히려 저희가 더 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이번 프로젝트에서 뼈저리게 느낀 게 있다면요?
세 가지였어요.
첫째, 포화 시장에도 반드시 블루오션은 있다.
최근에 닥터지 강의에서 유명한 수분크림이 원래 '수딩크림'이라는 아주 좁은 시장에서 1위를 먹으면서 시작했다는 걸 배웠어요. 반찬 배송처럼 피 터지는 포화 시장 안에서도 '어린이 식단'이라는 블루오션이 있었거든요. 어떤 시장이든 디깅하다 보면 반드시 매출을 올릴 구석이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둘째, 고객 데이터가 기획의 퀄리티를 바꾼다.
500명의 설문 데이터는 마케터의 뇌피셜을 완전히 뛰어넘어요. 실제로 돈을 내고 구매한 분들의 진짜 이유가 '엄마 집밥 맛'이었고, 그게 전환율을 실제로 끌어올렸거든요. 데이터가 주는 확신이 기획의 퀄리티를 바꾼다는 걸 배웠습니다.
셋째, 핸디캡을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길이 보인다.
배송비 인상이라는 피할 수 없는 조건을 탓하지 않고, 그 안에서 이 가격을 주고서라도 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자고 접근을 바꾼 게 위기 탈출의 시작이었어요. 외부 요인을 핑계 삼는 순간 기회를 절대 찾을 수 없다는 걸 이번에 배웠습니다.
다른 업체에도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이 있을까요?
두 가지예요.
첫째,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면 타겟을 극단적으로 좁혀라.
일반 대중은 가격에 민감하지만, '내 아이를 위한 식단'처럼 확실한 니즈가 있는 좁은 타겟은 가격 저항이 현저히 낮아요. 가격 인상 요인이 생겼다면 범용성을 포기하더라도 이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좁은 타겟을 발굴하는 전략은 어느 업종에나 적용 가능합니다.
둘째, 고객의 목소리에서 정답 찾기.
기획자의 뇌피셜은 한계가 있어요. 충성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돌리세요. 500명 수준의 표본이 공통으로 말하는 장점을 상세페이지 최상단에 꽂아 넣는 방식은 어떤 커머스든 당장 실행할 수 있는 필승법입니다.
단, 이 업체는 전체 매출의 70%가 브랜드 키워드를 직접 검색해서 들어오는 충성 고객이었기 때문에 500명이 응답해 주신 거예요. 충성 고객 기반이 약한 업체라면 CRM 전략 전에 그 기반부터 확인하는 게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프로젝트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요?
"탓하지 않고 해결하고자 마음 먹는 순간, 새로운 시장이 보였다"
배송비 인상이라는 상황을 탓하지 않고 그 안에서 정답을 찾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모든 게 바뀌었어요. 결국 마케팅은 상황 탓이 아니라 상황 안에서 답을 찾는 일이라는 걸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깨달았습니다.